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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촛불은 횃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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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2016.11.24 16:58:04

▲(사진=연합뉴스)

늦은 오후 끼니를 때우기 위해 재래시장 한 켠 순댓국집에 들렀다. 둘 셋씩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와 숟가락을 들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밥을 먹으면서 국정농단 사태 관련 TV 뉴스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상인으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주인과 막역한 사이인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손수 쟁반에 순댓국과 반찬들을 담기 시작했다. 일터에서 드실 모양새다.

빠듯한 삶속에서 편안하게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여유마저 없는 듯 보였다. 이처럼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데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힘 있는 자들의 세상은 같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네의 상상을 초월했다. 

양파껍질 까듯이 각종 비리 의혹이 쏟아지고 있지만 나라를 혼란에 빠트린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은 없다. 할머니는 TV를 힐끔 쳐다보며 “염치가 없네”라는 짧은 말을 내뱉고는 음식이 담겨진 쟁반을 양손에 들고 손님이 올세라 바삐 문을 나섰다. 

귓가에 울렸다. 그렇다 참으로 염치(廉恥)가 없다.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알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잘못을 했으면 시인을 하고 죄를 졌으면 응당 벌을 받아야 한다. 물론 죄가 없다면 떳떳이 밝히면 된다. 그것이 상식이다. 감추려만 드니 신뢰를 져버렸고 속속 드러나는 각종 의혹에 국민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비상식이 난무하다보니 법과 도덕을 지키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국민들이기에 분노한다.

민생은 뒷전이었고 과거로의 회귀가 찬란했다. 국가의 사유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왕권국가가 아니다.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국민은 백성이 아니다. 저마다 열심히 공부하고 맡은 본분에 충실하면 평등하게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왜 그러한 희망마저 훼손시키는 가. 

한편, 헌법 제69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해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 만큼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강조한 것이다. 현실은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한자리수로 곤두박질쳤다.
 
24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탄핵 찬성이 79.5%, 반대 14.6%로 나타났다. 정치권은 대통령의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이 정권에서 배신의 정치가 회자됐으나 정작 국민이 배반당했다. 온 국민이 나라걱정이다. 비통한 심정으로 전국에서 들불처럼 촛불이 켜지고 있다. 

이번 주에도 5차 촛불집회가 열린다. 주최 측에 따르면 역대 최대인 200만명이 서울 광화문에 집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순댓국집에서 목격한 할머니도 시국을 개탄하면서도 마음은 광화문으로 향할 것이다. 생업에 치여 직접 거리로 나오진 못하지만 저마다 가슴에 촛불을 켜고 있다. 

역사 속 주인공은 늘 민중이었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지 않게 다시 힘을 합쳐 내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작지만 거대한 움직임이다. 이를 거역할 시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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