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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대우건설, 안진회계법인 희생양 됐나

뜬금없이 ‘감사의견 거절’…‘대우’만 콕 집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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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11.24 10:49:18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에 대해 감사거부 의견을 밝힌 데는 대주조선해양 사태가 배경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도 눈감아준 혐의로 이 회사 직원이 검찰에 구속기소 되는가하면, 대우건설에는 뜬금없이 감사거절 의견을 내 투자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산업은행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진실은 뭘까. (CNB=도기천 기자)

갑자기 감사거부…대우건설 ‘당혹’
안진, 대우 최대주주 산은과 결별?
업계 “금융위가 회계기준 제시해야”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2일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정황을 발견하고도 ‘적정’ 외부감사 의견을 내준 혐의(공인회계사법 위반 등)로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배모 이사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배 전 이사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우조선 감사팀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2013∼2014 회계연도 외부감사를 진행하면서 대우조선이 이중장부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부실 감사를 하고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진의 대우조선 감사팀이 분식회계를 인식하고 내부적으로 해결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포착했다. 안진 회사 차원에서 분식회계를 묵인하거나 방조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안진은 2010년부터 매년 대우조선에 대해 ‘적정’ 의견을 내어왔다.  

현대건설·대림산업은 무탈할까

이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부실감사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우건설에는 엄격한 감사 잣대가 적용돼 의구심을 낳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14일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해 안진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의견 거절 상태가 계속되면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안진은 대우건설의 ▲공사수익 ▲미청구공사 ▲확정계약자산과 관련된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이를 제대로 증빙할 때까지 감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진의 이런 조치를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회계법인으로부터 연말 결산보고서가 아닌 분·반기보고서로 의견거절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 

더구나 다른 업종과 달리 건설·중공업 등 수주산업은 착공에서 완공, 최종 공사대금 입금까지 상당 시일이 걸리는 탓에 회계구조가 복잡하다. 협력업체에 인력과 자재를 공급하고도 제때 결재 받지 못해 손실처리 됐다가 뒤늦게 자금이 들어와 이익으로 상계 되는 경우 등이 비일비재하다.

대우건설도 이런 점으로 인해 지난 2013년 1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분식회계 의혹을 받았지만 2년 가까이 진행된 회계감리 끝에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안진이 대우건설의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더구나 안진은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 회계감리를 맡고 있다. 건설업 특성상 ‘미청구 금액’ 등을 정확하게 잡을 수 없는 회계 구조임에도 유독 대우건설만 콕 집어 감사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궁금증이 커진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금감원 감리 이후 회계기준을 강화해나가고 있는 시점에 갑자기 감사거절 통보를 받아 매우 당황스럽다. 안진 측에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안진 vs 산은 갈등, 대우건설로 불똥?

이를 두고 안진이 산업은행에 반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은 모두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자다. 산은이 안진의 대우조선 회계 감리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는데, 이 점이 둘 사이에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유명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CNB에 “대우조선 분식회계가 터지자 산은은 빠져나가고 안진만 뒤집어 쓴 모양새가 됐다”며 “이로 인해 둘의 관계가 틀어졌고, 불똥이 대우건설로 튀었을 수도 있다”고 귀뜸했다. 

이와 함께 안진이 대우조선 사태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려는 시도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우건설과 대우조선은 둘 다 수주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조원대에 이르는 대우조선 분식회계를 거울삼아 수주산업 회계 방식의 틀을 바꾸려는 의지가 작용했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대우건설로서는 억울한 경우가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 호조로 올해 3분기 건설업상장사 28곳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8% 늘고, 순이익은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국내 분양 비중이 많은 대우건설 또한 상당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번 안진의 초강수로 사실상 희생양이 된 셈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건설업종의 회계 방식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대로라면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밖에 없고 회계법인의 ‘고무줄 잣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수주업 회계의 정확한 기준과 원칙을 마련해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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