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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최순실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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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2016.11.17 09:19:56

(CNB=도기천 부국장) 대한민국 주류사회가 최순실 괴담에 떨고 있다. 최씨 일당이 이 나라 국정을 쥐락펴락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각종 루머가 확산되면서 불똥을 맞을까 노심초사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재계는 미르·K스포츠재단 얘기만 나와도 몸서리를 치고 있다. 사실상 최씨가 실소유주인 이 재단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기업 총수들로부터 수백억원을 뜯어냈는데, 기업들도 자유로운 처지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7개 그룹 총수는 물론 이들을 포함한 19개 그룹의 53개 계열사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기업들은 하나같이 자발적으로 돈을 냈고 부정한 청탁이나 대가성 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탁 혐의가 잡히면 하루아침에 ‘뇌물 공여’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할 수 있다. 

여기다 문화계 황태자로 알려진 최씨 측근 차은택과의 연루설, 방위산업에 최씨가 관여했다는 루머 등이 나돌며 대기업 몇 곳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차은택 살생부’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교육계는 최씨 모녀와 관련된 논문, 학위, 부정입학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씨와 관계된 교육관료들과 재단 관계자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씨와 박 대통령의 사이비종교 연루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방을 둘러싼 소문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심지어 사드배치와 역사교과서 개정, 통합진보당 해산에까지 최씨가 관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나온 의혹은 10분의 1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쯤되니 최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손봐준 사실 정도는 무덤덤하게 느껴진다.  

▲지난 12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한 초등학생이 아빠의 무등을 타고 “거짓말한 대통령 물러나세요”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누가 그녀를 이롭게 하나

이럴수록 낭설과 팩트를 구분하고, 정보의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난무하다보면 진실이 묻히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재계에 나돌았던 ‘팔(八)선녀’ 설이다. 최씨와 여성 기업인, 재력가 등 8명이 비밀모임을 결성해 비선실세로 군림했다는 황당한 얘기다. 이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서울 압구정동의 여성 전용 사우나까지 공개돼 언론이 난리법석을 피웠다.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 중 한 사람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이 팔선녀 일원인 덕분에 구속수감 중이었던 이 회장이 교도소가 아닌 병원에서 지낼 수 있었고 최근 사면복권도 이뤄졌단다. 

하지만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손경식 CJ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헛소문’이었음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손 회장에게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압력을 가했다. 손 회장은 2014년 1월 대한상의 주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헤드테이블에 앉지도 못했다. 한 재계 인사는 “현 정권으로부터 가장 많이 탄압받은 기업이 CJ”라고 말했다. 

결국 ‘팔선녀 해프닝’으로 인해 최순실과 관련된 다른 루머들도 진위를 의심받는 상황이 됐다. 

‘연예계 최순실 계보설’도 마찬가지 경우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최순실과 조카 장시호가 ‘회오리 축구단’을 발판으로 연예계 사업에 깊이 침투했다며 ‘리스트’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자 가수 싸이, 김흥국, 이승철, 전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 등의 이름이 증권가 찌라시와 SNS를 통해 퍼졌다. 알고 보니 김흥국과 싸이는 축구단 회원도 아니었다. 제시카는 법적대응을 예고했고, 이승철은 “엄청난 역풍을 각오하셔야 할 것”이라며 안 의원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이 과정이 연예계 가십거리처럼 다뤄지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이 묻혀 버렸다. 

언론의 보도행태도 문제다. 최씨 모녀 지인의 말 한마디가 단독이 되고 특종이 되고 있다. 최씨 딸 정유라의 고교 동창이 “유라는 이미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갈 대학이 정해져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하자 ‘이화여대 부정입학이 수년전부터 기획됐다’고 보도하는 식이다. (정유라는 연세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후 이대에 입학했다)

초유의 헌정유린 사건을 직권남용·강요죄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얕은 수준의 기사, 지나친 속보경쟁, 팩트가 부족한 단독보도 등도 결과적으로 최씨 일당을 돕는 셈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이 “의혹이 사실이 되고 있다”며 반격을 선언한 데는 언론이 빌미를 준 부분도 있다. 

민심이 폭발한 이유는 최씨가 기업들을 갈취하고 굿판을 벌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정권말기마다 터져 나오는 측근비리와는 뿌리부터 성격이 다르다. 민간인 한 명이 국정전반에 개입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지우지했기 때문에 이토록 민심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이 거악(巨惡)을 연예계소식 다루듯 하지마라. 그것이야말로 감옥에 있는 최순실이 가장 바라는 바다. 

(CNB=도기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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