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10.21 13:29:37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2년2개월 만에 정계 복귀를 선언했던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21일 자신이 펴낸 책 ‘나의 목민심서 - 강진일기’에서 책의 사실상 결론이라 할 수 있는 말미에 지난 8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안 전 대표의 합류 제안에 이렇게 화답했다고 소개해 그 의미를 더욱 주목하게 했다.
이 책에 따르면 지난 8월말 손 전 대표의 거처인 전남 강진을 찾은 안 전 대표는 “대표님, 국민의당으로 오십시오.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을 손 전 대표에게 열겠다”고 말했으며, 이에 손 전 대표는 “술을 전혀 못하는 걸로 알았던 안 의원이 이날 막걸리 한 잔을 마신 뒤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썼다.
그러면서 손 전 대표는 “나도 진심을 얘기했다”며 “이명박-박근혜 10년 정권이 나라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이걸 바로 잡으려면 10년이 넘게 걸릴 겁니다. 그러니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손 전 대표는 개헌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 후에 바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밝히면서 “우선 다음 대통령이 책임총리를 약속하고 개헌 때까지 이를 실천하면 된다. 헌법을 바꾸기 전에라도 국회 의석수의 구성에 근거해 야당과 실질적인 연정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손 전 대표는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의 지원 요청을 거절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 이유에 대해 민주당의 60년 전통을 거론, “더민주가 그 민주당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쓰면서 국민의당 안 대표도 총선 직전 만나자는 연락이 왔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손 전 대표는 “야권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쪼개져 싸우는데 내가 어느 편을 들어야 했을까. 내가 걸어온 정치의 길은 항상 그 명분이 ‘통합’이었다. 내 이익을 위해 분열을 이용할 순 없었다”며 “이것이 내가 4·13 총선에 나서지 않았던 이유의 전부”라고 썼다.
결과적으로 야권이 승리한 선거에서 지원요청을 거절한 것이 실책이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 사람들은 내가 선거 공간이라는 어수선한 틈을 노려 정치판에 끼어들고 혹은 승리했을 때 숟가락 하나 얹어놓는 정치인으로 생각해왔단 말인가”라고 항변했다.
242쪽에 달하는 이 책에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손 전 대표는 지난해 4·29 재보선을 회고하며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에 완패하자 나의 정치복귀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고만 기술했다.
이 같은 저서의 내용에 대해 안 전 대표는 이날 송파구 경찰병원 고 김창호 경감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아직 그 책을 보지는 못했다”면서도 “그렇지만 보도를 통해서 본 전체적 맥락은 그대로 쓰신 것 아닌가 싶다”며 대화 내용이 사실임을 시인했다.
그리고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됐든 안철수 전 대표가 손 전 고문과의 대화를 전후해서 제게 대화 내용을 얘기를 해줬고, 저도 그 내용이 어떤 거라고 알고 있다”면서 “두 분의 말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서로 정권교체를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논의를 해보자 하는 그런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나는 해석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원 출신의 이 의원은 손 전 대표가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동반탈당한 데 이어 2009년 10월 재보궐선거 당시 손 전 대표가 수원 장안에서의 구원등판을 사양하고 선거지원에 나서면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 의원은 이날 “일단 당 밖에 나가서 손 전 대표가 필요로 하는 일이 있을 때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겠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결국 손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다 모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국민의당으로 입당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바로 다른 당으로 가는 것은 민주당 당원들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면서 일단 무소속에 머물러 있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