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8.22 17:30:08
이번 만남은 향후 대선국면에서 킹메이커 역할론이 제기되는 김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연쇄접촉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데다 8·27 전당대회로 당내 권력지형 재편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1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역할론과 관련해 “더민주가 아닌 경제민주화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분명하게 말해 자신의 행동반경을 더민주에 가두지 않았고, 손 전 고문도 복귀 후 제3지대행이 점쳐진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새판짜기 가능성과 맞물려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구나 김 대표는 최근 손 전 고문과의 회동 이후 이뤄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우에 따라 친박, 친문을 떼어내고 중간지대에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올 일 있으면 한번 보자”는 김 대표의 제안에 따라 두 사람은 주말인 지난 13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2시간여 동안 반주를 곁들어 비공개 단독 만찬회동을 했다고 전했다.
물론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두 사람은 손 전 고문의 거취를 비롯해 민생 및 남북관계 등 현 정국과 당내 상황, 그리고 대선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손 전 고문은 이 자리에서 “나라가 걱정이다. 특히 경제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해결될지 걱정”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에 김 대표는 “그런 걱정을 하려면 지방에 틀어박혀서 해봐야 소용이 없다. (복귀해서) 시정하는 쪽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빨리 올라오시라”고 정계 복귀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화 과정에서 손 전 고문은 “옛날에는 한국경제가 잘 굴러가는 걸로 생각했는데, 최근 조선 구조조정 등을 보니 경제가 벽에 부딪혀 가만히만 있는 게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현실정치 복귀에 대한 뜻을 사실상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밥 먹는 자리였고 나는 주로 이야기를 들었다.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손 전 고문이 확실히 이야기한 건 아닌데, (서울로) 오긴 올 것 같은 인상을 줬다. 더는 강진에 오래 있을 것 같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손 전 고문의 복귀 후 ‘행선지’와 관련해서는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다. (손 전 고문이) 더민주의 당원이라는 말만 하더라”면서도 “금방 여기(더민주)에 들어오겠느냐. 그건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과거의 트라우마 같은 게 있어서 우리 당에 오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회동은 김 대표는 지난 4·13 총선 이후 문재인 전 대표와 관계가 멀어진 상태에서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이재명 등 야권의 잠룡들과 비공개 만남을 이어오면서 “아직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안보인다”는 언급해온 탐색 작업 차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손 전 고문 역시 8·27 전대 이후 친문 진영 중심으로 당 세력구도가 재편될 경우 복귀 후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만남에 문 전 대표 견제 차원도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뤄진 두 사람의 회동이 손 전 고문의 향후 행보와 야권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