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들에게 올 한해는 어느 때보다 가혹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기본료 0원에 50분 무료 통화를 제공하는 알뜰폰 사업자까지 등장하면서 안팎으로 도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KT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등 핀테크와 모바일을 결합한 새로운 통신시장이 예고된 상태다. 위기극복과 변화에 대한 열망은 이통3사 수장들의 신년사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CNB=정의식 기자)
무한경쟁 이통3사, 신년사도 3인 3색
KT·SK텔레콤, 올해 ‘미래 먹거리’ 화두
LG유플러스, 고유 통신영역 진화 주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사진 제공: SK텔레콤)
우선 이통업계 1위 주자인 SK텔레콤은 KT, LG유플러스 등 2,3위 업체들의 공략과 알뜰폰 업체들의 도전으로 인해 갈수록 영토가 좁아지고 있다. 올해는 사활을 건 수성전을 준비하는 한편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시장1위 지위를 확실히 다지겠다는 각오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신년사에서 “누구보다 빠른 변화로 ‘업(業)의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실적의 턴어라운드(Turnaround)’를 달성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는 CJ헬로비전과의 시너지를 통해 통신과 미디어의 융합을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가 완료되는 올해를 방송통신 융합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수를 통해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개념의 미래형 미디어 생태계를 육성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또 SK플래닛을 커머스와 플랫폼 사업으로 나눠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T스토어를 분할해 사업모델별 차별화된 성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사업(MNO) 총괄과 플랫폼 총괄 조직을 사업총괄로 통합했다. 또 생활가치, 사물인터넷(IoT), 미디어 등 3대 차세대 플랫폼 사업조직을 구축했다.
장 사장은 “산업영역과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시대의 격랑(激浪)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탄탄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강한 기업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고객과 시장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객·시장·기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해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의 ‘생존의 속도’를 강조했다.
이어 ▲개인/B2B/Home/Car로 고객 범위 확장 ▲미디어, IoT, 생활가치 등 다양한 서비스들의 융합 전략 수립·실행 ▲커넥티드카, 핀테크, 뉴미디어 등 신규 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파트너들과의 선제적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주는 서비스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로 빠르게 탈바꿈하자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 “혁신은 자신과의 경쟁”
SK텔레콤의 최대 화두가 ‘통신과 미디어의 융합’이라면 KT는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과 금융의 결합을 올해 최대 핵심사업으로 삼았다.
KT는 지난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카카오그룹과 함께 우리나라의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됐다. 올해 상반기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인터넷은행은 핀테크(FinTech·파이낸셜과 기술의 합성어. 정보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시스템)를 기반으로 지점 없이 인터넷·모바일만을 이용해 시중은행처럼 예금수신·이체·대출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KT의 강점은 통신 사업을 통해 확보한 넓은 고객망이다. 신규가입·기기 변경 등을 통해 해마다 200만명 가량의 고객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또 첨단 IT기술을 핀테크에 접목시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튼실하다.
KT는 2000만 중신용 서민과 560만 자영업자, 모바일 세대를 대상으로 계좌개설, 지급결제, 수신, 여신, 자산관리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금융혁신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고객의 예치금 이자를 현금 형태는 물론 통신요금 할인, 영화·음악 다운로드 등 다양한 생활분야와 결합시키는 획기적인 구상도 갖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지능형 기가 인프라와 미래성장 사업에 2020년까지 1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능형 기가 인프라는 최첨단 관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과 결합해 소비자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개념이다. 여기에 핵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신년사에서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의 ‘마부정제(馬不停蹄)’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자발적인 혁신의지를 더한다면 엄청난 도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KT-MEG(에너지 관제센터)와 같이 차별적인 기술과 노하우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것을 독려하는 한편, ‘완전한 차별화’의 지속 추진도 당부했다.
LG유플러스, 올해도 ‘기술 LG’ 실현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 제공: LG유플러스)
SK텔레콤과 KT가 각각 미디어, 금융을 미래먹거리로 정하고 사업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LG유플러스는 통신분야 고유기술 개발에 주력해 ‘글로벌 기술 LG’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이 경쟁사인 SK텔레콤에 넘어간 상황인데다, LG전자의 휴대전화 부문과의 시너지를 제대로 내지 못해 고전하고 있지만, 새해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며 벼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기술 LG’의 위상에 맞게 지난해 초 30~300㎓의 고주파인 밀리미터 웨이브(mmWave) 대역을 활용한 5G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업계를 선도한 LTE 서비스에 이어 5세대 기술 경쟁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올해 상반기 중 16가지 이상의 홈 IoT 서비스를 새로 선보여 총 30여종 이상을 서비스하는 등 글로벌 기술LG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선태사해(蟬蛻蛇解)’의 정신으로 세계 일등 신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선태사해란 ‘매미가 껍질을 벗고 뱀이 허물을 벗는다’는 뜻이다.
이어 세계 일등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철저한 준비 ▲과감한 실행 등 3가지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기존의 것을 벗겨 내는 것은 고통스럽고 위기와 한계상황에 부딪혀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우리 안에는 일등 DNA가 내재돼 있기 때문에 더 높은 목표에 과감히 도전하고 강하게 돌파하면 결국 우리가 꿈꾸는 일등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