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기자수첩] ‘사람이 미래다’는 두산의 두 얼굴

신입사원 내쫓고 오너가는 승승장구

  •  

cnbnews 허주열기자 |  2015.12.17 17:49:43

두산인프라코어의 ‘20대 희망퇴직’이 논란이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 이미지 광고가 무색하게 20대 신입사원들까지 대거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는 2·9·11월 3차례 희망퇴직을 통해 830여명의 직원을 반강제로 내보낸 데 이어 12월8~18일 사무직 직원 3000명 전원을 대상으로 네 번째 희망퇴직자를 받았다.


특히 이번에는 입사 1~2년차 신입사원 30%도 희망퇴직자 대상으로 지목해 총 88명 중 28명(31.8%)이 퇴직을 신청했다고 한다.


블라인드 앱 두산인프라코어 게시판에는 “입사한 지 6개월 된 신입도 잘랐다. 구조조정 역사상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 “29살에 명퇴 당하는 경험을 다해 본다” “여사원 23세 최연소 명퇴도 있다고 알고 있다” 등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자신을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 대상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나갈 때까지 매일매일 면담한다. 나가라고, 힘들게 하겠다고. 결국 나가겠다고 하니 웃으면서 인수인계 하고 가라고 한다”며 참담한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1~2년차 신입사원은 희망퇴직을 철회하라”고 뒤늦게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입사 1·2년차 희망퇴직 대상자 28명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지만, 입사 3년차 이상 직원들은 여전히 바람 앞의 등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인력 구조조정 명분은 경영 위기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만 2465억 원에 이른다. 어찌 보면 이윤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서 이처럼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 비용절감 등을 위해 인력을 내보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영 악화의 책임을 입사 1~5년 차 직원들에게까지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재계에서는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위기가 2007년 미국의 중장비 업체 ‘밥캣’을 5조 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무리하게 인수한 부작용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밥캣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금에 의존에 인수한 이듬해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급속도로 경기가 악화됐고, 막대한 부채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을 신입사원들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결정인지는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수저'들은 승승장구다. 지난 1일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36) 오리콤 부사장은 두산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기대하고 있는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CSO·전무)로 임명됐는데, 30대 중반에 면세사업 최고전략책임자가 된 것은 "금수저 아니면 불가능한 인사"라는 게 중론이다.


또한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주)두산은 지난해 65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현금배당을 827억 원을 하는 이상한 조치도 취했다. 벌어들인 돈보다 배당을 더 많이 한 것은 정상적인 기업의 회계 관리라 보기 어렵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창업가 가족들이 배당 가능한 (주)두산의 주식 59%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나빠진 경영 상황과 별개로 박용만 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수십억 원의 배당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사람이 미래다’는 두산의 기업 광고에 빗대 ‘사람이 뭐래’ ‘금수저가 미래’ ‘사람이 노예다’ 등의 날선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사람을 대하는 두산의 낯 뜨거운 두 얼굴 민낯은 그간 공들여 쌓아올린 좋은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트리고 있다.


(CNB=허주열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