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5.09.04 09:46:10
지난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 문제로 시작된 두 사람의 갈등 관계는 한동안 잠잠했으나 문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뒤 안 전 대표에게 인재영입위원장이나 혁신위원장직을 제안했지만 안 전 대표는 연거푸 고개를 저은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회동 내용에 대한 진실 공방도 벌어지는 등 갈등관계가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안 전 대표가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직을 맡으면서 갈등은 소강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지만 혁신위원회 활동의 마무리를 앞두고 최근 안 전 대표가 “혁신은 실패했다”며 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을 계기로 3일 두 사람이 반박과 재반박에 나서며 충돌하는 등 다시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 대표의 소득주도 성장론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비판한 데 이어 이튿날인 2일에는 “혁신은 실패했다”며 정풍운동을 언급하는 등 문 대표에게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이에 문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전 대표는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다들 혁신에 참여해 혁신의 벽돌이라도 하나씩 놓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야 한다”며 반박에 나섰다. “지금까지 혁신위 활동을 통해 우리 당이 더 추락하는 것을 막고 그래도 많이 안정감을 되찾았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안 전 대표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혁신의 성공 여부는 국민이 판단하는 것인데 (문 대표가) 바닥 민심, 그리고 당원들의 생각을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적당히 봉합하고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의 흐름이 (당 내에) 있는 것 같다.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고 받아쳤다.
이어 안 전 대표는 “혁신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당내에서 말해봐야 소용없다. 이 문제를 공론의 장에서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현실 인식을 공유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열린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북 콘서트에 초대 손님으로 참석해 2012년 대선을 언급하며 “당시 민주통합당에 입당 의사를 전달했었다. 제가 한 마디만 더 하면 큰일 난다”는 폭로성 발언으로 문 대표 측을 긴장케 한 바 있다.
당시 안 전 대표가 민주통합당에 입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안 전 대표는 입당하지 않은 채 당시 문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안 전 대표가 당시 문 후보 측에 입당 의사를 전했으나 거절당했고, 그 외에도 ‘비화’가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안 전 대표는 이르면 오는 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 혁신을 위한 구체적 제안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지역예산 협의차 3일 광주에 이어 오늘 전북을 방문해 당의 텃밭이자 ‘문 대표 퇴진론’의 진원지인 호남 민심 달래기에 나설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안 전 대표의 비판에 재반박할지 주목된다.
이 같은 양상을 두고 차기 대권을 향한 본격적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과 함께 두 사람의 오래된 악연이 결국 곪아터지는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혁신에 대한 두 사람의 눈높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은 물론 잠재적 대선 경쟁자로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점도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당내 원심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비주류 측과 행보를 같이 할 경우 당이 큰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