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어울림’ 한화 ‘꿈에그린’ 코오롱 ‘하늘채’
부영 ‘사랑으로’…비쥬얼 없어도 묵묵히 한 길
나머지 20여개 브랜드 무작위 엮은 짝퉁 합성어

지난 5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아파트 이름 때문에 빚어진 색다른 다툼을 소개했다.  위례신도시에 건설중인 부영의 아파트 브랜드 ‘사랑으로’의 명칭과 로고 디자인이 너무 촌스러워 이를 바꾸고자 하는 입주자들과 자사의 브랜드에 애착을 가진 기업이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실제로 부영 ‘사랑으로’ 아파트의 로고가 요즘 트렌드에 지나치게 뒤떨어졌다며 입주자들 의견에 동의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반면, 부영의 주장이 일리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뜻도 알 수 없고, 거창하기만한 외래어 브랜드의 홍수 속에 순우리말 브랜드를 지켜온 부영의 노력을 인정해준 것.

부영그룹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외래어 이름만 멋있다고 생각하는 세태에서 순우리말 이름을 오랫동안 지켜온 점을 높이 평가해주는 분들도 많다”며, “‘사랑으로’는 지난 2006년부터 사용해온 순우리말 브랜드로 앞으로도 쭉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상당수의 아파트들이 외국어로 된 명칭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브랜드 가치평가 전문회사 브랜드스탁의 아파트 부문 연간 브랜드가치평가지수(BSTI) 순위에 따르면, 2015년 7월 6일 기준 상위 24개 아파트 브랜드의 순위는 위 표와 같다.

한 눈에 봐도 외국어 브랜드들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힐스테이트(현대건설), 롯데캐슬(롯데건설),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위브(두산건설), 호반베르디움(호반건설), 센트레빌(동부건설), SK VIEW(SK건설), 더샵(the#)(포스코건설), 스위첸(KCC건설), 한라비발디(한라), 리슈빌(계룡건설), 데시앙(태영건설), 코아루(한국토지신탁), 서희스타힐스(서희건설), S-클래스(중흥건설)

위 15개 브랜드는 영어나 프랑스어 등에서 유래한 브랜드 명칭으로 확인됐다. 각 브랜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힐스테이트(Hillstate): 언덕, 고급주거단지를 뜻하는 ‘힐(Hill)’과 높은 지위, 품격을 뜻하는 ‘스테이트(State)’의 합성어

롯데캐슬(LotteCastle): Castle은 ‘성(城)’을 의미

아이파크(IPARK): ‘I’는 ‘Innovation’, PARK는 ‘사람들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의미

위브(We've): 모든 것을 다 가진 풍요로운 삶

호반베르디움(Vertium): Vert(푸른 숲)과 Imperium(공간, 대지)의 합성어

센트레빌(Centreville): 중심을 뜻하는 프랑스어 ‘Centre’와 한 세기를 의미하는 ‘Century’, 단지를 뜻하는 ‘Ville’의 합성어로 ‘주거 문화의 중심’이라는 뜻

SK VIEW: View(전망, 조망, 풍경, 시야 등)

더샵(the#): ‘#’은 반음 올림을 뜻하는 음악적 기호. ‘삶의 질이 반올림된다’는 의미와 ‘고객에 앞서 반보 더 먼저 생각한다’는 의미

스위첸(Switzen): 스위스(Switzerland)와 Zen(禪)의 합성어

한라비발디(Vivaldi): 유명한 작곡가의 이름

리슈빌(Riche Ville): 프랑스어로 ‘풍요로운 마을’을 의미

데시앙(Desian): 프랑스어로 ‘설계’, ‘디자인’을 의미하는 ‘데생(Dessin)’에 인명 접미어 ‘an’을 결합한 합성어. ‘안락하고 미학적인 주거공간의 디자이너’라는 뜻

코아루(Koaroo) : ‘Korea Advanced’와 ‘Core’, ‘루(樓)’의 합성어. ‘코리아의 아름다운 집’이라는 뜻

서희스타힐스(StarHills): ‘별(Star)’와 주거단지를 뜻하는 ‘힐스(Hills)’의 합성어

S-클래스(S-Class): ‘특별(Special)한 사람들’을 의미
 
래미안(삼성물산), 푸르지오(대우건설), e편한세상(대림산업), 자이(GS건설), 이안(대우산업개발), 반도유보라(반도건설), 우미린(우미건설) 등 7개 브랜드는 외국어인지 우리말인지 쉽게 구분이 안가는 브랜드들이다. 이 브랜드들은 외국어나 한자어, 또는 우리말을 합성하거나 변형해 만든 이름으로 확인됐다. 각 브랜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래미안(來美安): 미래지향적이며(來), 아름답고(美), 편안한(安) 아파트

푸르지오(Purgio): ‘푸르다’라는 순 우리말에 대지, 공간을 뜻하는 ‘GEO’를 결합한 합성어

e편한세상: 영어 ‘e’와 우리말 ‘편한 세상’의 합성어. ‘e’는 고객이 누릴 편한 세상의 ‘경험(experience)’을 의미

자이(Xi): ‘'특별한 지성(eXtra Intelligent)’의 약자

이안(iaan): 모든 가치가 ‘이 안(내부)’에 있다는 뜻

반도유보라(U-bora):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의미의 라틴어 ‘유비쿼터스(Ubiquitous)’. 보편적이라는 의미의 ‘유니버스(Universe)’. 도전과 혁신을 뜻하는 ‘유스(Youth)’, 상류층의 주거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어퍼 클래스(Upper Class)’ 등의 의미를 담음

우미린(Lynn): 한자 ‘이웃 린(隣)’

상위 24개 브랜드 중 순수한 우리말로 지어진 아파트 브랜드는 ‘꿈에그린(한화건설)’과 ‘하늘채(코오롱글로벌)’ 둘 밖에 없었다.  

꿈에그린: ‘꿈에 그리던 주거 공간’을 의미

하늘채: ‘하늘’과 주거공간을 의미하는 ‘채’의 합성어

앞서 언급했던 ‘사랑으로(부영건설)’와 ‘어울림(금호건설)’도 순우리말로 지어진 아파트 브랜드이다.

사랑으로: ‘사랑으로 지은 집’ ‘사랑으로 가득한 집’이란 의미

어울림: ‘한 데 섞이다, 조화되다’라는 뜻. ‘생활과의 어울림’, ‘자연과의 어울림’, ‘사람과의 어울림’을 의미

순우리말 브랜드가 상위 24개 브랜드 중 겨우 2개, 넓게 봐도 4개에 불과한 것에 비해 외래어 브랜드들의 수는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갤러리아 포레(한화건설), 트리마제(두산중공업), 아펠바움(SK건설), 아크로힐스(대림산업), 피엔폴루스(신세계건설), 리츠빌(상지건설), 트라움하우스(트라움하우스), 메세나폴리스(GS건설), 라테라스(동양 건설부문)... 등 고급 아파트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외래어 이름을 쓰고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외래어 아파트 브랜드들이 넘쳐나는 현상은 외래어 브랜드들이 순우리말 브랜드들보다 고급스러워보이고, 이로 인해 아파트 재산가치도 상승한다는 믿음이 건설사들과 소비자들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세태에 대해 부영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를 잘 짓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이라며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아닌 내실에서 결국은 평가가 갈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브랜드 네이밍 전문회사 ‘크로스포인트’의 손혜원 대표는 “대중들이 뭔가 불만을 느낄 때는 대개 합당한 이유가 있는 법”이라며 “상위 브랜드를 하위 제품군으로 확산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하위 브랜드를 상위 제품군으로 적용하면 반발이 생길 수 있다. ‘사랑으로’ 브랜드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오랫동안 ‘임대아파트 브랜드’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분양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불만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외래어 아파트 브랜드가 범람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고급 아파트들이 대부분 외래어 브랜드를 사용하다보니 외래어로 이름을 지으면 무조건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퍼졌다”며 “브랜드의 가치는 이름 그 자체보다는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