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단독] 세월호 인양 초읽기… 현대·삼성중공업 단독입찰 안 한다

‘세계유일 고위험 선체인양’ 불참은 조선강국 체면 구겨… 전문업체와 컨소시엄 가능성도

  •  

cnbnews 허주열기자 |  2015.05.29 09:47:46

▲지난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모형을 무대쪽으로 당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세월호 인양’ 입찰 공고를 내면서 조선업계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이 세월호 인양에 반드시 필요한 초대형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정서와 여론을 감안하면 이들의 입찰 참여는 당연한 듯 보인다. 하지만 CNB 취재 결과 현대·삼성중공업은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양 전문기업도 아닌 데다, ‘고비용 고위험’의 위험한 도전이 예상되는 만큼 선뜻 먼저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는 모양새다. (CNB=허주열 기자)

인양 전문 아니라 일단 뒤로 빠진 모양새
컨소시엄 바라지만 손내민 업체 없어
이대로면 글로벌 조선강국 체면 구길판
물밑작업 통해 외국업체에 역 제안 필요

해양수산부가 지난 22일 세월호 인양 업체 선정을 위한 국제입찰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인양 절차에 착수했다. 내달 22일까지 입찰신청을 받은 뒤 7월 중에 인양업체를 선정하고 현장조사 등을 통한 인양작업 설계를 거쳐 9월 중에는 현장작업을 시작한다는 게 해수부의 구상이다. 

해수부는 이번 입찰에서 기본적으로 ▲선체 절단 없는 인양 ▲세월호 사고 미수습자 9명 유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의 인양 ▲합리적으로 접근 가능한 잔존유를 회수한 후 인양 등을 기본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술점수 90점과 가격점수 10점을 종합해 고득점 순으로 협상 적격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당초 80점으로 배정하려던 기술점수 비중을 더 높인 것이다. 이에 따라 아무리 낮은 가격을 써내더라도 기술점수가 76.5점이 안 되는 업체는 자동 탈락이다.

사업 예산은 1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앞서 해수부는 인양비용이 12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지만, 세부적인 검토 결과 더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이 같은 규모의 예산을 확정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부분적 인양 실패 등을 포함해 모든 사고에 대해서 인양업체가 책임을 지도록 할 계획”이라며 “인양작업이 지연돼도 비용이 계속 늘지 않도록 총 계약금액을 정해 계약을 맺겠다”고 밝혔다.

해수부에 따르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국내외 10개 안팎이다.

앞서 지난해 5월 해수부와 인양 자문계약을 맺은 영국 해양구난 컨설팅업체 TMC는 ‘인양 입찰’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관련 업체들에 발송했고 7개 업체가 손을 들었다. 이번 본 입찰에서도 이들 업체가 우선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7개 업체는 미국의 타이탄, 네덜란드의 스미트, 스비처, 마오에, 중국의 차이나샐비지 등 외국 업체 5곳과 살코, 코리아샐비지 등 국내업체 2곳이다.

해수부는 이들 업체 외에도 입찰 공고를 계기로 조선·해양플랜트 업체들을 포함해 다양한 국내외 업체들이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업체 간 컨소시엄 구성 시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도 인양에 반드시 필요한 크레인 등의 장비를 보유한 조선업계 등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10일 공개한 세월호 선체 외부탐사 재현 결과 3D 이미지. (사진=해수부)

하지만 CNB가 확인한 결과 아직까지 국내 조선업체들은 이렇다 할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인 1만t급 해상크레인 ‘HYUNDAI-10000’을 보유한 현대중공업과 2번째로 큰 규모인 8000t급 크레인 ‘삼성 5호’를 가진 삼성중공업, 일정 높이까지 끌어올린 세월호를 최종 인양할 수 있는 초대형 플로팅도크를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등은 한결 같이 입찰참여 계획이 없다고 알려왔다.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는 적극 고려할 생각이지만 아직 이들과 손을 잡으려는 업체는 없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7일 CNB와 통화에서 “인양 전문업체가 아닌 만큼 단독으로 참여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며 “크레인의 경우에는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지원을 검토하겠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제안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입찰에 참여할 계획은 없지만, 장비 지원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는 (지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조선사들이 직접 입찰참여를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인양작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도전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세월호 규모의 선박을 절단 없이 완전체로 인양한 사례가 없다. 최신 기술력과 장비, 경험 등을 총동원해도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세월호는 조류가 우리나라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조류가 센 맹골수도 수심 약 44m 지점에 좌측면이 바닥에 닿게 누워 있다. 무게는 침몰에 따른 선박 내 물, 진흙 등을 감안하면 1만t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양에 참여한 업체는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거나 선체가 절단되는 등 실패할 경우, 막대한 비용 손실에 더해 쏟아지는 비판까지 감내해야 한다.   

해수부 산하 민·관합동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현대·삼성중공업의 초대형 크레인 2대 사용료는 하루 10억원씩 가량으로 예상된다. 평균적인 기상상태에서 인양작업이 1년 안에 성공하면 1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지만, 기상악화 등을 이유로 작업이 지연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지만 무조건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계의 관심이 주목된 국민적 관심사인데다, 우리 조선업은 중국과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인양에 무작정 손을 놓고 있다간  글로벌 ‘조선강국’의 체면을 구기게 된다. 

따라서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장비 대여다. 설령 인양이 실패하더라도 장비만 빌려준 터라 부담을 덜게 되며, 성공할 경우 체면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외국업체들이 손을 내밀지 않아 이대로라면 강건너 불구경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등이) 인양 전문이 아니라도 누구보다 배에 대해 잘 아는 세계 최고의 조선사들인 만큼 외국인양업체가 컨소시엄 제안을 하기 전에 먼저 물밑작업에 나선 뒤 역으로 외국인양업체에 손을 잡자고 제안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결국 기술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작업 도중에 발생하는 문제, 성공 여부에 따른 책임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 부담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NB=허주열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