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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현아와 너무다른 삼성 이부진, 그리고 현대 정몽선

'신라호텔 택시돌진' 큰 부상에도 운전기사 선처, 주변에 안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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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4.12.17 14:28:29

▲지난 2월25일 오후 5시경 신라호텔 1층 로비로 모범택시가 돌진해 충돌한 사고 현장 모습(사진: 연합뉴스)

올해 초 신라호텔 정문에 모범택시가 돌진한 사건의 피해자 중 현대시멘트 정몽선 회장이 포함됐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정 회장은 이 사고로 인해 10개월 넘게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수억원대에 이르는 호텔로비 수리비 뿐 아니라 사고피해를 입은 부상자들의 합의금도 부담한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가에 대한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두 사람의 미담을 CNB가 단독 취재했다. (CNB=정의식 기자)

재벌가 오너들, 신라호텔 사고낸 택시기사 선처
정몽선 회장 사고 때 중상…현재도 통원치료 중
이부진 사장, 부상자들 합의금까지 대신 부담

지난 2월25일 오후 5시경 서울 중구 신라호텔 본관 입구에서 모범택시가 로비로 돌진, 정문이 파손되고 2인의 중상자를 포함해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로비 상당부분이 부서지고 사고차량이 폐차될 정도의 큰 사고였다. 부상자들은 인근의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신라호텔은 호텔 정문 수리비 등 약 5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사고를 낸 모범택시 운전자 홍모씨(82·남)은 ‘급발진’을 사고 이유로 설명했으나, 조사를 맡은 경찰은 ‘운전 부주의’로 결론 내렸다.

조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15일 CNB와 만나 “사고 당시 차량 내부 타코미터(RPM 측정계)를 체크한 결과, 사고 직전까지 해당 택시가 호텔 입구에서 로비로 향하는 오르막길에서도 RPM이 급격히 상승하는 특별한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고, 로비 앞 평탄도로에서 사고가 일어난 시점에만 급격히 RPM이 상승했다”며 “운전자가 엑셀 및 브레이크 조작에서 실수했을 가능성이 높았고, 경찰 조사 결과도 그리 나왔다”고 밝혔다.

▲당시 피해자였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정몽선 현대시멘트·성우그룹 회장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시멘트 본사 사옥(사진: 연합뉴스)

정몽선 현대시멘트 회장, 비상경영 시기에 부상 당해…

당시 부상자 5명 중 정몽선(61) 현대시멘트·성우그룹 회장이 포함된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시멘트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당시 수일간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의 부상을 당했고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완치가 되지 않아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은 택시기사 측에 별도의 합의금을 요구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택시기사가 가입된 개인택시공제조합의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실비(치료비)로만 치료를 받아 왔다.

통상 교통사고로 인해 신체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보험금 지급과는 별개로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다. 차량 추돌사고의 특성상 뒤늦게 신체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을 비롯한 피해자들과 신라호텔 측의 배려로 택시기사는 형사입건 됐지만 행정처분을 받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정 회장은 현대가(家) 고 정주영 회장의 둘째 동생인 고 정순영 전 성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1997년부터 현대시멘트와 성우그룹의 회장을 겸임해 왔다. 정순영 전 회장의 둘째 아들인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57), 3남인 정몽훈(56) 성우전자·성우정보통신 회장, 정몽용(54) 성우오토모티브 회장과 형제간이다.

정주영 회장의 자녀들인 정몽구(77)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근(73)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정몽일(56)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64) 등과는 사촌간이다.

고 정인영 전 한라그룹 회장의 차남 정몽원(60) 한라그룹 회장, 고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장남 정몽규(53)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상영(79) KCC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55) KCC그룹 회장, 차남 정몽익(53) KCC그룹 사장, 3남 정몽열(51) KCC건설 사장 등과도 사촌지간이다.

특히 정 회장이 사고를 당한 지난 2월 말은 현대시멘트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져있던 때였다.

현대시멘트는 지난 2010년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에 지급보증을 섰는데, 이 회사는 양재동 파이시티 사업의 주요 주주였다. 파이시티 사업이 난항에 빠지자 성우종합건설과 현대시멘트의 재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고, 동반 워크아웃 상황까지 몰렸다.

지난 5월 현대시멘트는 출자전환을 통해 채권단에 최대 지분을 내줬고, 3분기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지만, 부채 규모가 상당해 여전히 자금난을 겪고 있다. 채권단과 현대시멘트는 다음 주까지 워크아웃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는 비상경영의 시기에 정 회장이 사고를 당하면서 경영정상화에 조금이나마 차질이 빚어졌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운전자 홍씨에게 새 삶을 선물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 연합뉴스)

이부진 사장, 부상자 대인 합의금까지 부담

한편, 이번 취재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이 신라호텔 재산피해를 덮기로 한 것 외에 당시  부상자들에 대한 대인 합의금까지 부담한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15일 서울개인택시공제조합 관계자는 CNB와 만나 “부상자에 대한 대인배상의 경우 치료비와 합의금을 공제조합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인데, 신라호텔측이 합의금 일체를 자신들이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와 공제조합은 치료비만 부담했다”며 “공제조합으로선 이부진 사장의 호의에 감사할 따름이다”고 밝혔다.

공제조합에 따르면 택시기사들은 5000만원 한도의 대물보험에 가입돼 있다. 당시 사고로 신라호텔 측은 약 5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4억5000만원은 택시기사 홍씨가 부담해야 한다. 이 사장은 4억5000만원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은 물론 홍씨와 공제조합을 대신해 부상자들의 합의금까지 부담한 것이다. 

이 사장이 이처럼 ‘통 큰 선행’에 나선 것은 홍씨의 딱한 처지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이 사장은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을 불러 “택시기사가 고의로 사고를 냈을 것 같지 않으니 집을 방문해 상황을 알아봐 달라”라고 지시했다. 한 부사장은 하주호 커뮤니케이션팀장과 함께 성북구 종암동에 위치한 홍씨의 집을 찾았다.

낡은 빌라의 반지하층에 거주하며,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의 치료비까지 부담하고 있는 홍모씨의 딱한 사정을 보고 받은 이 사장은 ‘모든 피해를 호텔신라 측에서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호텔신라 측은 부서진 로비를 수리하는 데만 3~4개월 가량 걸리는 등 막대한 영업손실 피해까지 봤지만 홍씨에게 일체 부담을 지우지 않았다.   

서울개인택시공제조합 측은 “이부진 사장과 피해자들의 선처 덕분에 홍씨는 새 삶을 살고 있다”며 “사고 차량은 폐차돼 새 차로 바꿨고, 현재도 서울 시내에서 모범택시 운행을 계속 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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