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지난 주, 좀 다급한 마음으로 새만금을 찾았습니다.

  • 고유번호 : 145
  • 작성자 : 이불
  • 작성일 : 2006-03-14 11:16:21
지난 주, 좀 다급한 마음으로 새만금을 찾았습니다.

이젠 제법 노인 줄에 들어선 빡빡머리 김선생님이 출사표같이 써 놓은 글을 보고 지지하고자 찾았습니다.

군산과 전주를 몇차례 방문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꼭 가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개발론자의 황당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고, 그 처참한 몰골을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저런 짓을 용납할 아량이 좀 부족한 사람입니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까 정말 '제6의 멸절(멸종)'이라는 책에 쓰여져 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의 발이 닿는 순간부터 멸종은 시작되었다. 그 책에서는 자연의 파괴와 멸종의 상관관계에서 사람의 손길이 비단 현대의 일일 뿐만이 아니라 오래 전 부터 지질학, 고고학 등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언젠가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좀 맘에 들지 않았던게, 정말 독도가 우리 땅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어쩌면 독도는 독도인데 우리가 우리 것이라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었지요. '도(島)라 일컬어지는 도(島)는 정말로는 그 도(島)가 아닌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되었건 바닷가에 그런 짓을 하는 걸 보고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정말 그런 짓을 해도 된다고 믿게 된 것일까?



집회가 열렸는데,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 말씀으로 주변의 산이 자기가 아는 것만 세개가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물막이 공사를 하는 데에만 그랬답니다. 물론 그건 그 분이 아시는 정도의 수준일 뿐이고,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땅이 깎이고 사라졌습니다. 앞으로 사라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막고 2억몇천만평이나 되는 땅을 또 메울 땅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이따금 고향인 진주로 가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잘린 산을 보면(터널을 뚫을 정도로 높지가 않은 산자락은 잘라버리지요), 꼭 목이 잘린 거북이가 연상됩니다. 저 산은 도대체 무슨 역모를 꾀했길래 목이 참수되어 효수도 아닌, 버려진 채로 놓여 계속 신음해야 하는가 싶었습니다. 그 잘린 산자락으로 길짐승들이 오갔던 걸 생각해보곤 잠시나마 마음이 괴로워집니다.



도대체 뭘 하자고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제가 새만금을 찾았던 때, 반짝이는 신발에, 머리를 손질한 젊은이 몇몇이 껌을 질겅이며, 집회하는 분들을 고까운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입술을 비뚤게 끌어올리시더군요. 곧이어 유난히 머리가 눈이 부실 정도로 번쩍이는(빛나는) 작달막한 한 분이 오셨습니다. 주민들과 실갱이가 벌어지고 있길래 찾아가보았습니다. 옥신각신하는 와중에 흥분한 주민중의 한 분이 옷을 잡고 흔들었습니다. 악다구니 치는 아주머니 한 분을 향해 그 분은 '무식한 여자 어쩌고'라고 하시더군요. 도대체 어떤 대단한 정치가 혹은 관료이길래 겁도 없이 저런 말을 할까 싶었습니다. 알고보니 군산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하시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그 곳에서 찬성의사를 표하는 1인 시위하는 사진을 찍어 나중에 군산 지방선거에 사용하시기 위해 오셨다더군요. 물론 사진만 찍고 '무식한 여자'에게 '무식을 가르쳐 주시고는' 유유히 떠났셨습니다.



그 현장에서는 속으로 비폭력, 평화 이런 말을 되뇌었지만, 분노한만큼 눈물이 가슴 속으로 흐르더군요. 어쩌면 그렇게 무식함을 꾸짖어 주신 분이 멱살잡힌 모습을 증거자료로 무식한 여자를 형사고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법적으로 그 분이 훨씬 더 불리할 게 뻔한 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괴로웠습니다. 소위 현실이라는 것이 진실보다 힘이 셀 때가 법에 '무식한 사람에게' 훨씬 자주 발생한다는 정도의 수읽기까지는 익혔기 때문인지 억울해졌습니다.



참고로 저와 용호형이 찾은 곳은 새만금 물막이 공사를 하는 구간 중에서 가장 짧은 곳이었습니다. 그 곳은 4차선의 도로가 있었고, 바위들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큰 것들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쭉 이어져 있었습니다. 이미 판결을 기다리며 얼마남지 않은 구간을 막을 돌을 준비해놓고 있더군요.



주민들은 힘겹게 모여 항의하고 있었지만, 그 옆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접안시설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중장비들의 굉음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재밌게도 그 곳의 예상설계도에는 생태마을단지가 여러개 예정되어 있더군요.



돈을 벌기 위해 경마나 도박을 하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안정적이지 않느냐는 충고가 어리석은 것처럼, 산을 깎아 바다를 메워 초호화 생태마을단지를 만들기 위해 낭비되는 돈을 농산물 유통이나, 유기농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느냐는 물음을 한다는 것이 바보스럽게 여겨졌습니다.



휴대전화기로 찍어온 사진을 올리려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뜻한것처럼 잘 되지 않아 일주일만에 편지로 대신합니다.



안녕하시길...

리스트
123
 
배너

섹션별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