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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존재, 논객의 에스프리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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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깨어있는 자
  • 작성일 : 2006-11-05 23:54:10
사유하는 존재, 논객의 에스프리 ..글쓴이 : 박민선/디국


글을 쓰는 논객은 인간이 선험하고 있는 진리와 본질을 끝없이 추구해내고 증명해내는 사상가이며, 작업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지식을 폭넓고 깊게 습득하여 간접지각인 사유를 통해 자신만의 사상과 철학과 가치를 만들어 내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 논객은 자기의 글속에 투영되고 농축되어 주제를 이룰 핵심 사상을 보다 질 좋은 것으로 창조해내기 위해 역사의식도 가져야 하고, 심리와 철학을 공부해야 하고, 경제의 원리도 알아야 하고, 세상의 흐름을 예리하게 직관할 수 있는 시선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논객이 폭넓고 깊은 지식을 갖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만약 논객이 지식이 얕으면 글의 내용이 빈약하고 말 제주를 그럴 듯 하게 부린 것에 불과해진다. 즉 논객은 글의 내용이며 감각적인 에스프리(esprit)를 결정짓는 질 높은 사상을 창조해내는데 필요한 밑거름이 될 지식 축적은 당연의 요건이다.

그래서 논객은 끝없이 공부를 하는 것이며 그러한 학습과정을 통해 축적된 지식으로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고의 교양인으로 존경을 받는 것이다. 그러한 지식을 창작의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논객은 대개의 경우 학력을 논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는지도 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논객은 그 시대의 최고 지성인이기 때문이다.

다만 글의 내용이 어떠하냐를 가지고 평가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논객은 영적인 수준과 지적인 수준이 일반 자연인에 비해 월등하게 우월한 위치에 올라 있다.그러므로 논객은 행위가 자연인에 비해 달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논객은 슬픔도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절망도 초연하게 운명으로 수용하고, 분노도 미움도 용서로 용해시켜 버리는 대범한 인성과 감성을 소유해야 한다. 그리고 이중성이 없고 안과 겉이 일치하는 사고와 행위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즉 언행일치의 인격을 논객은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 최고 지성인... 전문적인 식견과 사상으로 글에 몰두하는 아집과 열정 있어야

최고의 지식인이라고 평가되는 논객이 자연인과 비교하여 우월함이 없으면 누가 존경하겠는가? 논객은 누가 보아도 신뢰할 수 있는 진실함과 지성인으로서의 냉철함과 합리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 논객은 선과 예와 악과 애를 다 알고 있어야 하며 작은 것에 풀잎처럼 흔들리는 가벼움을 보여서는 안된다. 논객의 모습은 우아하고, 세련되고, 깊은 멋을 은근히 풍기는 그런 모습이어야 한다. 오만하거나 거칠거나 매사에 자의적이면 논객으로서의 인성이 부족하다고 하겠다.

논객이 정치를 하거나 돈맛에 깊이 길들여져 사사건건 이해와 자기의 입장만을 따진다면 이미 논객으로서의 순수함을 상실하고 영혼의 아름다움이 빛바래버린 것이다. 진정한 논객은 자신의 삶에서 결코 쉬운 길만 찾아가려 하지 않고 다소 험하고 어렵더라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그 길을 간다.

논객은 쉽게 글을 쓰려하거나 쉽게 이름을 빛내려 하지 않는다. 오직 논객은 전문적인 식견과 사상으로 글에 몰두하는 아집과 열정을 가진다. 논객에게는 최소한 그렇게 철저한 장인정신이 있어야 논객이라 호칭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논객은 취미나 여가 선용을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논객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한 순간 빛내보려는 얄팍한 목적으로 글을 쓴다면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논객은 아무나 될수 있으나, 사유하는 에스프리가 없으면 논객이라 할수 없다. 자연인들에게 존경을 받을만한 인격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논객이라고 호칭되는 것을 거부해야 마땅하다.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최고의 보람이고 최고의 행복이라는 의식을 갖지 않으면 낙서 이상의 글을 쓸 수가 없을 것이다. 논객은 마음이 아름다워야 하고, 생각이 깊어야 하고, 힘든 시간들을 초연히 감내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묵직함이 있어야 한다.

겉치레로 쓰는 글, 쉽게 쓰는 글, 지식의 축적 없이 쓰는 글, 정서가 미적으로 승화되어 읽는 사람의 감성에 와 닿지 않는 글을 쓰는 사람은 결코 논객이라 불리워 질 수 없는 사람들이다.

진정한 논객은 스스로를 논객이라고 요란하게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 논객은 언제나 묵묵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혹독한 아픔을 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논객은 절대로 고행을 멈추지 않는 수도자와 같은 사람이다. 고행에 들지 않고 선승이라 불리어 지지 않듯이 논객도 끝없는 자기 수련이 없으면 논객으로서의 높은 명성과 가치를 창조해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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