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동의보감과 투명인간

동의보감, 유네스코 등재 2주년

이재춘 기자 2011.08.01 10:30:45

오늘은 동의보감이 유네스코에 등재된지 2주년되는 의미있는 날이다.

동의보감은 임진왜란 직후 선조대왕의 명으로 허준 선생이 중국의 황제 이후 이시진에 이르기까지의 한의학을 총정리한 책이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7년 간 왜구의 침략으로 인해 백성들의 생활이 피폐해졌고 치안이 안정되지 않아 도처에 도적이나 화적이 들끓었던 때다. 더욱이 임진왜란 중에는 왜구에게 붙잡히면 귀나 코를 베이고 죽임을 당하거나, 일본으로 납치돼 갔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굶주림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였다. 20세기에도 보릿고개, 6·25 전쟁 등으로 기아가 비일비재했는데 하물며 임진왜란 직후 백성들의 궁핍하고 어려웠던 생활이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 속에서 탄생한 책이 바로 동의보감이다.

당시에는 병의 치료는 고사하고 먹을 양식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았던 만큼 약의 성질만 있다면 무엇이든 구해 쓸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가 보릿고개를 넘긴 것은 1970년대 중반 이후다. 동의보감 잡병편 9권, 다섯번째 ‘잡방문’에는 의학에 관한 기록 보다는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 따른 기록이 많다. 즉 ‘잡방문’은 치료 보다는 일반 백성들에게 필요한 생활에 필요한 백과사전의 기능을 가졌다.

◇백과사전 기능 가진 ‘잡방문’
‘잡방문’의 구성을 보면 난리나 전쟁으로 양식이 부족할 때 음식을 먹지 않거나 조금만 먹고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기록돼 있다. 이를 구황(37가지), 단식(2가지)이란 용어로 코드를 매겨 정리했다.

이 기록들을 요즘의 다이어트 치료에 응용하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옷의 때를 빼거나, 과일을 오래 보관하거나, 벼룩과 이를 없애는 방법 등 일상생활과 응급상황에 필요한 27가지의 기록이 있다. 또 일상생활이나 제례 등에 쓰이는 향을 제조하는 향 제조법도 4가지다.

요즘 우리나라 전통주 제법이 실종돼 복원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잡방문’에는 전통주를 제조하는 방법이 12가지 있다(이와는 별도로 ‘탕액문’에는 술과 관련된 자료가 34종 더 있음). 이 기록들을 재연한다면 전통주의 복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재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탕액으로 환자를 치료할 때 처방에 필요한 특수한 공정의 약물제조법에 관한 23가지의 기록이 있다. 이밖에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연고, 비누 만드는 제법이 14가지다. 허준 선생이 ‘잡방문’에 기록한 내용을 양승엽이 정리해 데이터베이스화시켰다고 해서 이를 ‘양승엽 잡방코드’라고 이름 지었다.

◇글자공부나 제대로 한 다음 욕하라
일본 영화를 보면 닌자가 싸움을 하다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이때 닌자는 투명인간이 돼 없어진 것이 아니라 몸을 상대방으로부터 숨긴 상태, 즉 은신(隱身)한 것이다.

은신이란 적이나 남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숨기는 것을 뜻한다. 또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왕조가 망하거나 정권이 바뀔 때 뜻을 굽히지 않고 세상을 등기면 은거(隱居)란 말을 쓴다.

‘동의보감’ 각론 1권 첫머리에 나오는 첫 글자가 신형(身形)이란 용어인데, 이는 몸의 형체란 뜻이다. 즉 사람의 몸을 가리킨다. 쓰기에 따라 신(身)이나 형(形)으로 쓰일 수 있다. 따라서 동의보감에 나오는 은형(隱形)이란 말은 은신이란 말과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다.

동의보감 원문을 보면 “몸을 숨기게 하는 방법(隱形−法) : 일상생활으로 ‘흰개 쓸개(수부-141)와 통초(초부-99), 계심(목부-02)을 섞어 간 다음 꿀(충부-01)에 반죽해 환약을 만들어 복용하면 능히 몸을 숨길 수 있게 된다. 푸른개 쓸개가 더 효과가 좋다(白犬膽, 和通草, 桂心, 作末, 蜜和爲丸服, 能令人隱形. 靑犬尤妙)(본초)’고 기록돼 있다.

당시 시대적 상황이 난리를 피해 피난가다가 왜적이나 도적을 만나면 몸을 숨겨야 하기 때문에 이런 처방이 나오게 됐다. 당시의 상황을 짐작해보면 난리 길에 피난갈 때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이런 처방을 썼을 것이다.

이 처방은 병을 다스리는 처방이라기 보다 난리 때 마음을 안정시키는 처방, 즉 요즘으로 말하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신경안정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중국, 우리나라 역사에서 ‘은(隱)’자는 몸을 숨겨 은신하거나 혹은 세상을 등지고 산 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접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몸의 형체가 사라져 ‘투명인간’이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숨길 은(隱)’자를 ‘몸이 없어진다’로 해석해 ‘투명인간’이라고 말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보고 웃을 것이다.

일부의 잘못 해석된 동의보감 해석판에 비록 ‘몸을 보이지 않게’라고 해석을 했더라도 한번 더 확인해보거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또 원문을 살펴보면 이 기록은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서 가져와 기록한 것이다. 만일 욕을 한다면 이 내용을 처음 기록한 중국의 이시진이 욕을 먹어야지 허준 선생이나 동의보감이 욕먹을 이유는 없다.

(주 : 일상생활이란 뜻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잡방문’ 27가지 기록 중에서 8번째 기록이란 뜻이다. 수부-141은 약으로 쓰이는 짐승 236종중에서 141번째라는 뜻이다. 초부-99는 약으로 쓰이는 풀 267종 중에서 99번째란 뜻이다. 목부-02는 약으로 쓰이는 나무 158종중에서 두번째라는 뜻이다. 충부-01은 약으로 쓰이는 벌레 95종중에서 첫번째라는 뜻이다. 이를 정리해보면 동의보감 탕액은 총 1,403종이다. 역자는 탕액 1,403종에 대해 각각의 분류코드를 매겨 데이터베이스를 완성했다. 이를 역자의 이름을 따 ‘양승엽코드’ 혹은 ‘HY−Code’(허준 선생이 기록하고 후학 양승엽이 정리한 Code라는 의미)라고 한 것이다)

◇중국 사람인가, 일본 사람인가
일부에서 동의보감에 ‘몸을 숨긴다’는 의미를 ‘몸을 보이지 않게 한다’는 뜻의 ‘투명인간’으로 잘못 해석했더라도 정신이 맑고 마음이 올바른 사람이라면 이를 다시 한번 눈여겨보고 잘못 해석된 뜻을 바로 잡을 것이다.

오랫동안 동의보감과 ‘투명인간’에 관한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동의보감과 한의학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폄하하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역자는 이들의 배후세력이 대한민국의 한의학을 ‘동북공정’ 처럼 공정하려해도 공정이 되지 않는 것을 배 아파하는 일부 중국사람, 아니면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내의 한의학을 말살시켜 지금은 복원이 어렵게 된 극소수의 일본사람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의보감을 자랑스러워하고 유네스코 등재를 진심으로 기뻐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봤지만 오늘 세계문화유산 등재 2주년을 맞아 두번 다시 동의보감과 ‘투명인간’에 대한 논쟁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자 한자의 오역 때문에 글 전체의 내용이 바뀌어 동의보감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 예로 다음에는 ‘녹차’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프로필>

1987년 대구한의대 한의학과 1회 졸업
1987년-현재 대구 인제한의원 원장
2011년 ‘물고기 동의보감’ 출간
대표전화 053)555-5508
www.inj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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