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자동차가 최근 한국에서 신형 하이브리드 스포티 카 CR-Z를 내놓고 광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의 성능보다는 외관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에서 ‘스포티 카답게’ 생긴 CR-Z는 좋은 성적을 올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세계 각지의 자동차들이 모여 경쟁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선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지만 근본적으로 성능을 더 우선으로 친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과 유럽의 CR-Z에 대한 평가를 둘러보는 것도 예비 구매자의 선택에 유익할 듯하다.
CR-Z에 대한 평가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최대의 품질평가 매체인 컨슈머리포트의 평가 결과다. 이 매체는 작년 12월7일 2011년형 CR-Z에 대한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면서 “점수가 너무 낮아 구입 추천을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평점 57점 “수준 이하”…“점수 너무 낮아 구입추천 못해”
CR-Z가 당시 받은 점수는 57점으로 참담한 수준이다. 스포티 카 분야에서 테스트를 받은 26개 차종 중 24등을 했으니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표 참조)
컨슈머리포트는 평가 결과를 알리는 기사에서 “혼다 차라면 당연히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다”며 “스포티 카에 하이브리드를 적용한 CR-Z는 연비가 좋다는 것 말고는 핸들링, 주행감, 코너링, 안전도 등에서 수준 이하”라고 혹평했다.
CR-Z는 혼다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인사이트(Insight)를 기반으로 개발된 스포티 카다. 컨슈머리포트는 “인사이트도 너무 점수가 낮아 구입 추천을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CR-Z는 내장이 아주 값싸 보이지는 않고, 핸들링이 더 재빠르며 트랜스미션도 부드럽고 기어 체인지도 쉽다”고 인사이트보다 일부 개선된 성능을 칭찬했다.
그러나 이 매체는 이어 “이런 장점은 곧이어 발견되는 수많은 단점 때문에 곧 상쇄된다”고 지적했다. 항목별로는 △최근 여러 혼다 차에서 발견되는 부족한 핸들링 성능이 그대로 나타났으며 △주행감은 딱딱하고 △차내 소음은 아주 크며 △전자식 차량자세 제어장치(stability control)는 너무 늦게 발동돼 코너링 중간에 차의 뒷부분이 바깥쪽으로 튕겨나갈 수 있다는 등 단점을 지적했다.
“정차하면 에어컨까지 꺼지니 여름엔 어쩌라고”
컨슈머리포트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점은 차 뒷부분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각이 극도로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컨슈머리포트의 한 평가자는 “어깨 너머로 뒷방향을 거의 볼 수 없어 차선 바꾸기가 거의 러시안 룰렛 수준(권총의 탄창에 총알을 한 발만 넣고 머리에 총을 발사해 운을 겨루는 도박)”이라고 불평했다.
또한 △최대 적재 무게가 400파운드에 불과해 비교적 넓은 트렁크 공간의 무의미하며 △차문 핸들이 잡기 어렵고 △차체가 낮아 차를 타고 내릴 때 몸을 던지는 형태가 된다는 점도 불평거리였다.
더구나 연비를 높이기 위해 주행 중 차를 멈추면 가솔린 엔진 역시 멈추는데, 다른 하이브리드 차량과는 달리 에어컨까지 함께 꺼져 더운 여름날에는 승차자를 괴롭힐 수 있다는 것도 큰 약점이었다.
결국 컨슈머리포트는 ‘1.5리터 가솔린 엔진에 하이브리드를 겸한 스포티 카’라는 CR-Z의 개념 자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독일 최대 일간지도 “현대 벨로스터만 못해” 평가
CR-Z에 대한 혹평은 독일 매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의 최고 부수 일간지 빌트(Bild)는 지난 9월24일자 자동차 섹션 기사에서 혼다 CR-Z와 현대 벨로스터를 비교했고, 그 결과 “CR-Z는 현대 벨로스터만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신문은 CR-Z의 최대 약점으로 “뒷좌석이 있기는 하지만 성인이 도저히 탑승할 수 없을 정도로 좁다”는 점을 꼽았다. CR-Z는 좌석 배열로는 4인승이지만 컨슈머리포트는 아예 ‘2인승 차’라고 규정지어, 뒷좌석을 없는 것으로 쳐버렸다.
CR-Z의 국내 시판가는 3380만~3490만 원으로 정해졌다. 벨로스터의 1790만~2200만 원과 비교한다면 1300만~1600만 원 비싼 가격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차를 구입할 때 디자인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지만 외형과는 달리 성능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 CR-Z를 얼마나 구입할지 판매 성적이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