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소비자에겐 이상한 ‘환상’이 하나 있다. “수입차는 안전하다”는 선입견이다. 고속화도로 등에서 ‘무한 질주’를 즐기는 차들이 대개 수입차들이란 점에서도 이들 수입차의 오너들이 수입차의 안정성을 아주 단단히 믿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그러나 실제 충돌 테스트를 통해 자동차의 안전도를 점검하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The 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약자 IIHS)의 실제 테스트 결과를 보면 이런 선입견은 아무 근거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값비싼 명차 중에도 충돌 시 안전도가 형편없는 차량이 있는가 하면, 작은 차라도 차돌처럼 단단해 안전한 차가 있기 때문이었다.
현대-폭스바겐, 9개 모델 올려 1등
IIHS는 지난 16일 자체 충돌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통해 ‘2011년 최고 안전한 차(Top Safety Pick)’ 명단을 발표했다.
66개 차종이 '최고 안전차'로 선정된 가운데 가장 많은 차종을 올린 업체는 현대-기아차와 폭스바겐-아우디였다. 이 두 자동차 업체는 각각 9개의 명단에 올려 충돌 안전도가 높음을 과시했다.
IIHS는 정면, 측면, 전복, 추돌 등 4가지 상황을 기계적으로 연출해 차량에 충격을 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4등급 성적을 매긴다. 1급(good), 2급(acceptable), 3급(marginal), 4급(poor)이다.
IIHS로부터 ‘최고 안전차’ 선정을 받으려면 4가지 테스트 모두에서 1등급을 받아야 한다.
BMW는 5시리즈, 벤츠는 GLX만 ‘최고 안전’
한국에서 ‘명차’로 꼽히며 비싼 값에 팔리는 일부 수입차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BMW의 경우 ‘최고 안전차’ 평점을 받은 차종은 단 하나, 5시리즈뿐이었다. 이나마 ‘5시리즈 중 4륜구동과 V8(8기통) 모델은 제외하고’라는 단서와 함께였다.
BMW 3시리즈의 경우 차량 전복 때 지붕이 내려앉는 안전도 테스트에서 2급 평가를 받았고, X5는 전복시 안전도에 대한 평가에 참여하지 않아 제외됐다.
BMW 산하 업체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소형차 미니 쿠퍼 역시 측면충돌과 전복에서 2등급에 그쳤다.
BMW와 어깨를 견주는 독일 명차 메르세데스 벤츠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벤츠 모델 중 최고 안전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중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모델인 GLK 단 하나였다. 벤츠 M클래스는 전복 안전도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
‘안전도 최고'를 선전하는 볼보 역시 일부 차종에서 부실한 성적을 올렸다. 볼보 S40는 측면충돌, 전복 안전도에서 2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일부 렉서스-토요타-혼다 차도 “고배”
일본 명차 중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렉서스 모델 중에서는 ES 350이 추돌 안전도에서 3등급을 받았고, GS 모델과 IS 250/350은 전복과 추돌에서 2등급에 그쳤다.
렉서스 HS 250h는 전복에서 2등급, 추돌에서 3등급이란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 토요타 캠리는 추돌에서 3등급, RAV4는 전복에서 2등급을 받았다.
혼다 어코드 역시 전복에서 2등급에 머물렀고, 혼다 CR-V는 전복에서 3등급에 머무는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미국 차 중에서는 고급차의 대명사로 통하는 캐딜락의 성적 부진이 두드러진 편이었다. DTS 모델은 측면충돌에서 2등급, 추돌 3등급에 머물렀고, 캐딜락 STS는 측면충돌에서 2등급, 추돌에서는 4등급이란 최하 점수를 받아 체면을 구겼다.
이번 발표에서 IIHS의 칭찬을 받은 업체는 현대-기아와 폭스바겐-아우디였다. 현대-기아차는 제네시스, 쏘나타, 포르테, 쏘울, 싼타페, 쏘렌토 등을, 폭스바겐-아우디는 제타(소형차-왜건 포함), A3, A4, Q5, 투아렉 등을 각각 최고 안전차 명단에 올려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종합 2등에는 GM, 포드-링컨 그룹, 토요타-렉서스 그룹 등 3개 사가 올랐다.
스바루, 쉐보레, 크라이슬러 “안전도 좋다”
스바루는 충돌 테스트에 내놓은 차 5개 모델이 모두 최고 안전차 평가를 받은 유일한 업체였다. 스바루 임프레자(WRX 모델은 제외), 레거시, 아웃백, 트라이베카가 최고 안전 평가를 받았다.
IIHS는 발표문에서 특히 쉐보레 크루즈와 크라이슬러 산하의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칭찬했다. 크루즈는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10개의 에어백을 기본 장착함으로써 ‘안전하면서도 연비가 좋은 소형차’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랜드 체로키는 몸통 에어백을 추가함으로써 작년에 측면 충돌실험에서 받은 3등급 평점을 올해 1등급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었다.
자동차의 성능에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특히 안전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라면 IIHS가 내놓은 최우수 충돌안전 자동차 명단을 확인하고 것도 좋은 선택방법이 될 수 있다. 업체별-차종별 안전 측정 결과는 http://www.iihs.org/ratings/default.aspx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차종별 최고급 안전차 명단이다.
◇대형 럭셔리 세단
현대 에쿠스, 현대 제네시스, 아우디 A6, BMW 5시리즈, 캐딜락 CTS, 인피니티 M37/M56, 링컨 MKS, 벤츠 E클래스 2도어-4도어, 볼보 S80
◇중형 럭셔리 세단
아우디 A4, 벤츠 C클래스, 볼보 S60
◇대형 패밀리 세단
뷰익 라크로스(한국 모델명 쉐보레 알페온), 포드 토러스
◇중형 세단
현대 쏘나타, 기아 옵티마(한국 모델명 K5), 아우디 A3, 쉐보레 말리부, 포드 퓨전, 스바루 레거시, 스바루 아웃백, 폭스바겐 제타(왜건 포함), 폭스바겐 파사트, 볼보 C30
◇소형 SUV
현대 투싼, 스바루 포레스터, 폭스바겐 티구안
◇중형 럭셔리 SUV
아우디 Q5, 캐딜락 SRX, 벤츠 GLX, 볼보 XC60, 볼보 XC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