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군 F-15K 전투기 한 대가 지난 7일 동해에서 추락해 공군 김성대 소령(36세)과 이재욱 대위(32세)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발생하자 공군은 조명지원기와 탐색 구조 헬기를 급파해 사고 해역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다.
군은 8일 오전 F-15K 잔해는 발견했지만 실종된 두 조종사는 찾지 못한 채 9일 공군 11전투비행단 대강당에서 영결식을 치뤘다.
군은 9일 진상 조사를 위해 보잉사 관계자(F-15K 제작사)를 불러 합동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기체 결함으로 인한 예견된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F-15K 사업
F-15K 전투기 사업은 국방부가 5조 6,000억원을 들여 총 40대를 미 보잉사로부터 구입하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현재까지 4대를 구입했으며, 2008년까지 36대를 추가로 구입키로 하고 2009년부터 2조원을 더 들여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당시 경쟁 기종이던 프랑스의 라팔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고도 탈락하는 등 사업 결정에서부터 공정성과 투명성에 논란이 있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 평화군축팀 공동길 국장은 “2001년 F-15K 도입 계획 때부터 계속적으로 기체 결함 등 많은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며 “시민단체의 경고를 무시한 국방부가 아까운 두 생명을 잃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임종철 평통사 공동대표도 “미공군항공협회도 구세대 전투기라고 한 F-15K라는 고물 비행기를 들여와서 왜 아까운 2명의 목숨을 잃게 만드는가”라고 성토했다
■ 감사원 지적·현역 공군 대령 양심선언도 ‘무용지물’
감사원이 지난 2003년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에 제출한 ‘2002 방위력 개선사업 감사조치 결과보고서’는 당시 F-15K 전투기 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F-15K 전투기 사업 감사결과 평가 과정이 투명하지 못함으로써 ‘기종 평가가 부적정했다’고 판정했고, ‘F-15K 엔진 구매 계약이 원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체결된 사실’을 지적했다.
이 밖에 사업 결정 이후에도 보잉사의 계약위반과 불법로비 의혹 기체 결함등 많은 문제들이 제기됐다. 그러나 당시 감사원의 지적은 ‘주의’ 수준에서 그쳤고, 국방부는 F-15K 도입을 강행했다.
또, 2002년 6월 조주형(당시 공군 대령)씨도 양심선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조 대령은 “한국이 미국에 종속적인 위치에서 F-15K 전투기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와 우리나라 지도층 일부의 사대주의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대령은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미군에 의한 군사종속 때문이며, 냉철하게 따져보면 식민지와 다를 바 없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평통사 평화군축팀 이경아 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투기가 실제 운용도 되기 전에 실험 단계에서 기체결함으로 사고를 당했다”며 “국방부의 사업 강행이 1,000억원이라는 국민 혈세를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용산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방부 민원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국방부의 대국민 사죄와 공정한 조사를 위해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