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간 청와대 자료 유출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정부 출범 4개월여 만에 왜 이문제가 쟁점이 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공개한 청와대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 적시된 2006년 말 기준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은 모두 204만여 건에 달했으나, 3월18일 발견한 참여정부의 ‘기록이관·인계인수·퇴임후 활용 준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정부로부터 1만6000여건 밖에 인계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치밀하게 자료 유출을 준비했다는 청와대측 주장을 뒷받침 할 만한 자료인 셈인데 4개월이 지난 이제서야 공개하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6월 중순 자료유출 사건에 대한 첫 언론보도가 있었을 때는 “자체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요지의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반면 이번에는 조심스럽게나마 검찰 고발 의사까지 내비치면서 공세모드로 전환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출신들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측은 청와대가 지난 ‘7-7 개각’으로 인한 비판 여론을 비켜가려고 자료유출 사건을 공론화하는 등 고도의 정치적 ‘언론플레이’를 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친노계인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은 9일 “전 정부를 공격해서 현재의 어려움을 넘기려는 의도”라며 “대통령기록물의 경우 전직 대통령의 비망록이나 의사협정 과정을 현직 대통령이 보고 쟁점화할까봐 현 정부에서 못 보게 하는 것인데 청와대가 왜 이를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즉 이미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안’을 통해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열람 및 사본복제 규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으므로 노 전 대통령이 회고록 집필 자료로 일부 사본을 보유한 것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청와대에서 자꾸 ‘한판 붙어보자’는 식으로 나오는데 정권이 그렇게 몰고 가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나고 국민적 동의를 얻기도 어렵다”며 “세종로 1번지가 왜 봉하마을 같은 촌 구석과 각을 세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쇠고기 파동’의 불씨가 아직 사그러들지 않은 입장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둘러싼 ‘차관 대리 경질’ 논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의 공금 유용 논란등을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주장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반면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도 있고,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고 그간 비공식적으로 반환 요청을 해 왔다”며 “그러나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또 다른 오해가 생겼기 때문에 일단 우리측이 파악한 것까지 발표하게 됐다”고 강조하는 등 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즉 자칫 신 정권과 구 정권의 다툼으로 비화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그동안 물밑접촉을 통해 조용히 해결하려 했으나 노 전 대통령측이 자료 반환 요청을 묵살하면서 중간조사 결과를 밝히게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측의 이러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정쟁의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단 청와대측이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중인 시점에 굳이 이 문제를 이슈화 시키는 무리수를 둔 점을 들어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려고 조심해 왔다”는 주장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질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보다 퇴임 이후 봉하마을을 중심으로 오히려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노 전 대통령측을 압박해 앞으로 진행될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 4-9 총선 참패, 쇠고기 파동, 촛불집회, 대통령 지지율 급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료유출 사건을 공론화할 적당한 시기를 놓친 청와대가 최근 언론보도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측과 벌이고 있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의견도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