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올해로서 아홉 번째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뽑아 한글날에 맞추어 발표합니다. 우리는 우리 겨레말이 바람직하게 살아나서 우리 겨레와 나라가 잘 되고 앞날이 밝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일을 합니다. 그런데 이 발표를 할 때마다 다음 해에는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우리말 환경이 좋아지길 바라는데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으니 가슴 아프고 답답합니다.
그것도 일반 국민이 아닌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 정치인과 공무원이 앞장서서 우리말을 못살게 굴고 있어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두 해 전에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었는데 경축 행사를 위한 예산이 국경일이 아니었던 때보다도 줄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와 겨레가 어디로 가려고 이 꼴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겨레와 겨레말을 걱정하는 국민이 모두 힘을 모아 우리말을 지키고 살리는 일에 나서야겠습니다.
끝으로 우리말을 남다르게 사랑하는 분이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 뽑기’라고 하지 말고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뽑기’라고 바꾸자고 해서 그리 하기로 했습니다. ‘훼방꾼’이라는 한자말보다 같은 뜻인 ‘헤살꾼’이란 토박이말을 쓰는 게 좋다는 말씀을 모임 운영위원회에서 따르기로 한 것입니다. 모두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쓰려고 애쓸 때 우리말이 더 살아나고 힘센 말이 될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은 말할 거 없고 국민모두 우리가 하는 일에 눈길을 주시고 도와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200년 10월 561돌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김수업·김정섭·이대로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2007년 우리말 지킴이 선정
1. 온 식구 이름과 가게 이름을 우리말로 지은 ‘김텃골돌샘터’님
충남 태안군 태안읍의 ‘김텃골 돌샘터’님은 온 식구 이름을 토박이말로 지었다. 가족이름을 보면 남편은 ‘김텃골 돌샘터’, 부인은 ‘강뜰에 새봄결’, 아들은 ‘김빛솔여울에든가오름’, 딸은 ‘김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다. 또 그가 경영하는 약국의 이름은 아내 이름을 따서 “강뜰에 새봄결”이다. 그는 무려 6번이나 재판을 해서 긴 가족이름을 얻어냈다. 가족들의 여권, 주민증, 그리고 학교의 출석부에도 이 긴 이름들이 올라있다.
대만과 중국에서 유학을 했던 ‘김텃골돌샘터’님은 자신의 한국 이름을 한자로 쓰니 중국인들이 중국식으로 발음하게 돼 전혀 다른 소리로 불리는 데서 당혹감과 의구심이 들었고,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이름이면 한글식의 발음으로 불려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라고 말하는 그는 한글을 남달리 사랑하는 한국인이고,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의 주인인 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긍심이 가득 찬 사람이다.
2. "과자 이름 한글로 지어주세요" 서명 운동을 한 초등학생들
전교생이 30여명밖에 안 되는 작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지만 “과자 이름을 한글로 바꿔달라”며 누리통신에서 5만명 목표로 누리꾼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도성초등학교 6학년 김담이(13)양 등 8명의 학생들이다. 이들은 누리통신 사이트 ‘다음’ 아고라 광장에 ‘과자이름 우리말 쓰기 운동’이라는 청원을 제안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허동현 담임교사의 지도로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우리 말 오염’에 관한 과제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과자 이름이 대부분 외국어임을 주목하고 직접 동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등을 찾아가 조사했다. 40여 개의 과자를 무작위로 골라 직접 공책에 이름을 적어본 결과 우리말 제품은 9개지만 외국어 이름 과자는 무려 27개나 되었다. 우리말과 외국어가 섞인 경우도 4개였다. 이 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생각보다 외국어로 된 과자가 많아 당황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을 예로 들며 새로운 한글 이름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롯데제과의 ‘아트라스’는 ‘달콤한 암팡진’으로 바꾸자고 제시했다. ‘암팡진’은 ‘몸은 작지만 힘차고 다부지다’는 뜻이다. 해태제과의 ‘화이트엔젤’은 ‘천사의 흰 피부’로 바꾸자고 말했다. 이런 학생과 선생님이 많다면 우리말과 우리나라의 앞날이 밝을 것이다.
3. 맞춤법 공부하는 고양시 공무원들
경기 고양시(시장 강현석)는 지역 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한글 바로 알고 바로 쓰기 국어전문교육'을 실시했다. 고양시에 따르면 공문서의 품위와 정확성, 공정성 등을 위해, 4차례에 걸쳐 올바른 문장 표기법과 맞춤법, 국어순화, 작문 등 국어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은 한글맞춤법 구성과 내용, 띄어쓰기, 공문서 바로 쓰기, 틀리기 쉬운 우리말 등 국어영역 전반에 걸쳐 이뤄졌으며 간단한 국어 '쪽지시험'도 봤다. 시는 시 공무원과 관리공단 직원 260여 명에게 국립국어원 학자를 초빙해 국어교육도 했다.
고양시는 2004년에 고양문화재단 (이사장 강현석, 총감독 이상만)에서 만든 공연장 이름 덕양문화체육센터를 ‘덕양어울림누리’라 하고 그 안에 있는 대극장은 ‘어울림 대극장’, 야외 극장은 ‘꽃메 놀이터’, 아이스 링크는 ‘얼음 마루’, 문화 센터는 ‘별따기 배움터’, 수영장은 ‘꽃우물 수영장’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우리 모임에서 그 해 으뜸 지킴이로 뽑은 일도 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영어마을을 만들며 영어 섬기기에 바쁜 데 고양시는 우리말을 바르게 쓰려고 애쓰고 있다.
4. 결정문 쉽게 쓰기로 한 검찰청
검찰 관계자는 “검찰 출신 사법연수원 교수들이 중심이 돼 ‘알기 쉬운 결정문 작성에 관한 지침(가칭)’ 초안을 완성했으며, 지난 1월부터 일부 각 지검 검사들을 상대로 시범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이 검토 중인 결정문 작성의 기본 원칙은 일단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한글맞춤법 등 어문 규정에 따라 쉽고 분명한 내용으로 간결하게 작성하되 법률적 쟁점은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이에 맞게 세부 사안을 마련 중이다.
따라서 기존 결정문에서 자주 쓰인 ‘성명불상’(이름을 알 수 없는)이나 ‘금원’(돈), ‘동인’(그), ‘동녀’(그녀) 등 일본식 한자어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고소인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선뜻 믿기 어려워’ 등의 용어를 ‘증거에 비추어 볼 때 혐의 사실이 부족하다’ 등으로 고쳐 표현키로 했다. 한 문장이 몇 쪽에 걸쳐 이어지던 긴 문장도 단문으로 끊어 쓴다. 기존 결정문은 장문의 나열식으로 기재하는 일본식 공소장 기재 관행을 그대로 따라 작성된 사례가 많아 한 문장이 너무 길어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주어, 목적어, 서술어 등으로 나뉘는 국어 어문 규정에 따라 문단을 나누어 여러 개의 문장을 작성하게 했다. 벌써 해야 할 당연한 일이고, 늦었지만 칭찬받고 있다.
5. 금호건설 아파트 이름 - 어울림
요즘 아파트 이름을 거의 영어로 지어 우리말을 죽이고 있어 우리 모임에서는 그 영문 아파트 이름을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은 일이 있다. 그런데 우리말로 이름을 짓는 회사도 있어 지난해부터 지킴이로 뽑기도 했다. 우리말로 지은 회사가 여럿 있지만 그중 금호건설은 2003년부터 아파트 이름을 '어울림'으로 지어 쓰고 있다.
금호건설은 ‘어울림’이란 이름을 지은 설명을 “ 어울림은 ‘한데 섞여 조화되다’는 순 우리말로 사람과의 어울림, 자연과의 어울림, 생활과의 어울림이란 뜻을 담은 금호건설의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입니다.”라고 말한다. 뜻도 알 수 없고 읽고 부르기도 어려운 영문 이름에 견주어 볼 때 부르고 기억하기도 좋고 뜻도 참 좋은 이름이다.
6. 한글을 남달리 사랑하는 영문학자 김미경 교수
미국 유학을 갔다 온 학자나 기업인들이 영어를 잘한다고 영어 나라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데 김미경 교수는 미국에서 공부한 영문학 교수이지만 일찍이 영어 조기교육 강행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예견하고 서둘러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있다. 그리고 우리 정부와 국민이 국어 교육은 게을리하면서 지나치게 영어 교육만 강조하고 열심인 것은 잘못임을 누리통신을 통해 꾸준히 밝혔다.
김교수는 영어학자임에도 '한글예찬론자'가 되었다. 그는 "10여년 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 외국 학자들에게 한글을 설명해주니까 너무 신기해하고 놀라는 겁니다. 숨쉬는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시하던 한글인데 외국인들이 이렇게 찬탄하는 걸 보며 저 자신도 한글을 새롭게 보게 됐지요."라면서 "고려와 조선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와 인쇄술, 세계 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발명하고도 세계를 바꾸는 정보혁명을 이끌지 못한 것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3의 정보혁명' 시대에 우리가 한글의 우수함과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고려와 조선이 범한 우를 되풀이하게 될 겁니다." 오늘날 우리 말글보다 외국 말을 더 섬기는 풍조를 가슴 아파한다.
김 교수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고종의 한글 국가 공식문자 선포, 일간신문의 한글전용과 가로쓰기 전환에 이은 '제4의 한글혁명'을 위해 한문자료의 한글화와 한글의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글을 중국, 일본이 함께 쓰는 글자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힌다.
7.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소장
김 소장은 우리 것을 더욱 좋게 개량해서 더 좋은 우리 겨레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생활한복 입기 운동에 앞장서면서 우리말 지키기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오마이뉴스와 다음, 대자보 등 누리통신 신문에 우리말과 한글 소식 기사를 여러 해 동안 써온 우리말 살리는 운동가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말 지킴이로 뽑아 그 고마움을 알린다.
1980년대 한글이름펴기모임을 하며, 아이들 이름을 ‘아름솔’, ‘으뜸솔’로 지어 1986년 ‘고운이름자랑하기’ 버금상을 받았고, 2003년엔 그가 하는 사업체인 ‘솔아솔아푸르른솔아’가 <아름다운 무리말 가게이름>에 뽑히기도 했다. 또 그의 누리집에는 ‘적립금(마일리지)’은 ‘콩고물점수’, ‘포토’는 ‘맵시자랑’, ‘이벤트’는 ‘잔치마당’ 등으로 바꿔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래어 대신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쓰는데 앞장섰다. 지난 2000년엔 국도변에 세워진 이정표에 맞춤법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기사를 써서 고치게 하고, 서울지하철 비상전화에 영어로 쓰인 것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는 등 정부와 언론의 말글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며 반성을 하도록 노력했다. 그런가하면 2005년엔 한글날 국경일 승격운동에 온 힘을 기울였고, 지난해는 한글날큰잔치조직위원회 홍보부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또 누리편지를 통해 날마다 수천 명에게 토박이말을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우리 말글로 우리 문화 소식을 보내고 있다. 우리 말글 관련 행사는 말할 거 없고 우리 음악과 문화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찾아가 힘을 보태주고 누리통신 신문에 기사를 써 많은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이런 분이 많다면 우리말과 문화가 빨리 꽃필 것이다.
8. 토박이 말을 살려쓰려고 애쓰는 잡지 ‘작은책’
오늘날 많은 월간지가 영문으로 이름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 속의 글도 영어를 많이 섞어 쓰고 말투도 외국말 투성이다. 그런데 월간지 ‘작은 책’은 우리 토박이말을 열심히 찾아 쓴다.
9. 한글 활용도를 높이려 애쓰는 '한글초성활용운동본부'
한글은 그 장점이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글자일 뿐 아니라 연구 개발하면 그 활용방법이 대단히 많다. 손전화에서 문자편지 보내기도 편리하고 전화번호나 또 다른 기계 조작 시에도 한글 초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영문만 좋은 줄 아는 한국사람들에게 초성자음활용운동본부 활동은 큰 가르침을 주는 새소식이어서 지킴이로 뽑았다.
10. 영어마을의 문제점 지적한 김문수 경기도 지사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처음 시작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펴진 영어마을은 영어 열병을 일으켜서 우리말을 짓밟는 주범이다. 그런데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영어마을은 선심성 행정이고 정의롭지도 못하다.”라면서 경기 영어마을 이사회에서 영어마을 설립과 운영과정을 질타했다고 한다. 인천시장과 부산시장이 영어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에 견주어 볼 때 김문수 지사는 참된 우리말 지킴이다.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경기 영어마을에 대한 김 지사의 비판 핵심은 3가지로서 “영어마을은 원래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해야 할 일로 경기도가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더구나 중학교 2학년 학생의 16%만 혜택을 받는 점을 고려할 때 공공적인 면에서도 정의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어마을 구조조정으로 적자 규모를 33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줄였으나 기본 자체가 큰 적자를 가진 상태”라며 “(4박5일) 40만원짜리를 12만원에 받는 것은 선심성 행정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우리말 헤살꾼 추천
1. 롯데캐슬 아파트
아파트들이 외래어를 쓰는 것이 품격있는 것처럼 선전하며, 경쟁하듯이 마구 쓰고 있다. 특히 롯데건설은 자신들이 지어 분양하는 아파트에 “LOTTE CASTLE(롯데캐슬)”이라고 영문자로 이름을 붙였다. 또 그들의 누리집에 CASTLE LIFE, NEWS, SERVICE, GO, HOME. LOG IN, MY 캐슬, IN CASTLE WEBZINE, PRD System 등 영문자를 마구 쓰고 있다.
롯데건설은 2007년 최고명품브랜드대상을 받았다며 자랑한다. 또 그들은 롯데캐슬이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아파트”임을 외친다. 하지만 원래 “캐슬”은 중세 유럽의 성을 말한다. 중세 유럽의 성은 영주들이 성을 쌓고 농도들을 부려가며 부를 누리던 곳이다. 따라서 “캐슬”에는 이웃 사랑은 없고, 봉건 영주의 농민 학대만 있을 뿐이다. 롯데캐슬은 “이 세상 가장 높은 꿈은 캐슬입니다"라고 외치지만 결국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영어를 숭상하며 이웃 학대의 꿈을 꾸는 사람들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외래어를 좋아하는 기업이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2. 홈에버
지난해 9월 외국할인점을 인수하여 시작한 “홈에버(HOMEVER)"는 모기업 “이랜드”처럼 영어로 이름을 지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누리집에도 데코(DECO), 키즈(KIDS), 디즈니(D1SNEY) 등의 차림표는 물론 BEST CHOICE, COMMUNITY, ARRIVES, go, BEST BRAND, MD'S PICK, BEDDING, KITCHEN, FURNITURE, BEST10, FAQ, HOT처럼 영문자를 직접 쓰거나 와 랭킹랭킨, 오픈하우스, 포토이벤트, 쇼핑찬스처럼 영어를 우리말 발음대로 쓰는 등 온통 영어잔치를 하고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할인점이 아님에도 그들은 영어를 자랑하듯 늘어놓아 우리의 말글을 헤살하고 있다.